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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옛것’, 소중한 이야기꽃 피웠다

조성철 씨도 2025년 9월, 재봉틀(미싱)을 어머니 ‘이선영’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조 씨의 할아버지가 결혼 후 1935년, 아버지의 출생을 기념해 할머니에게 선물한 물건이다.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한 뒤 물려받아 사용해 왔다. 가족의 삶을 꿰어온 바느질 도구가 이제는 ‘개인의 물건’이 아닌 ‘공공의 기억’으로 기능하게 된 셈이다.
전시장에는 이처럼 뚜렷한 사연을 지닌 기증 유물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2013년 울주문화원장과 울주민속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한 고(故) 변양섭 씨가 기증한 토기와 자기도 전시돼 있다. 1980년대 우연한 계기로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전국을 다니며 민속 유물을 수집했고, 평생 박물관 운영을 꿈꿨다. 울주민속박물관 개관과 함께 그 꿈을 이뤘으며, 울산의 민속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해 이후에도 꾸준히 유물을 모으고 관객맞이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울산학춤’ 김성수(백성스님) 씨가 춤출 때 사용한 소장구, 그가 ‘연(鳶) 할아버지’ 김용선 씨에게 선물 받았다는 얼레도 만날 수 있다. 수집가로 알려진 오세필 씨(동광기와 대표)가 제작해 기증한 귀면 기와, 황보봉 씨가 기증한 ‘황보석추존교지’와 이를 담은 교지함, 신형석 전 울산박물관장이 기증한 조부의 탕건과 갓 등도 전시 공간에 놓였다. 유물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았지만, ‘기증’이라는 단 하나의 행위를 통해 같은 자리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 단순 소장품 아닌 추억의 공유 ‘귀중’
유물 수집 방식 가운데 ‘기증’은 구입 등을 통한 수집과 결이 다르다. 물건이 박물관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소장품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관계, 가족의 서사까지 함께 품게 된다. 그래서 전시는 유물의 연대나 형태를 넘어, “이 물건이 왜 귀중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건넨다.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반닫이를 기증한 강갑석 씨는 “울주에 오래 살면서 지역 향토에 기여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순이 씨는 “어머니가 지금 94세인데, 너무 잘했다며 전시에 나오면 같이 보러 가자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조성철 씨 역시 “물건은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우리 집에서는 평생 소중하게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만 차지하게 됐다”라며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소유하면 또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갖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손영우 울주민속박물관장은 “기증은 단순히 유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을 공공에게 이야기해 주는 행위와 같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주신 기증자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전시에 많은 이들의 관람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증 유물은 단지 ‘옛 물건’이 아니다. ‘귀중, 귀중’이라는 이번 전시 제목처럼 누군가의 손에서 오래도록 지켜졌던 마음과 기억이, 이제는 전시장을 통해 귀중하게 건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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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울주민속박물관 기획특별전
‘귀중, 귀중’서 만난 ‘기증’의 가치
시민들 기증 유물 111점 선별 전시
재봉틀·두루마기 등 저마다 사연
개인의 소중한 추억 깊은 울림 선사
‘귀중, 귀중’서 만난 ‘기증’의 가치
시민들 기증 유물 111점 선별 전시
재봉틀·두루마기 등 저마다 사연
개인의 소중한 추억 깊은 울림 선사

“외할머니댁에는 끝도 없는 땅이 있었다고 해요. 그 땅에서 목화를 키워 털어 솜을 만들고, 개미같이 작은 누에를 키워 고치로 만들어 실을 뽑고, 마당에 몇 날 며칠 불을 피워 명주를 짜고 옷을 짓고…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그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십니다. 어머니를 아끼시던 외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아주 귀한 옷이죠.”(안순이 씨)
“할아버지께서 아버지가 태어나신 기념으로 할머니께 선물하셨죠. 어머니께 물려주셨는데 어머니는 평생 소중하게 아끼셨어요.”(조성철 씨)
# 울주민속박물관, 8월말까지 전시
한 벌의 옷, 한 대의 재봉틀. 오래된 물건은 그 자체로 ‘옛것’이지만, 누군가의 손에서 살아온 시간까지 함께 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된다. 울주민속박물관 기획특별전 ‘귀중(貴重), 귀중(貴中)–나의 소중한 것들을 전합니다’는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울주민속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울주민속박물관의 전신인 울주향토사료관 시절부터 ‘기증’을 통해 수집된 유물 가운데 111건 111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누군가의 집 한켠을 지켜온 생활 도구부터, 지역의 기억을 품은 민속자료까지 사람과 시간을 지나온 ‘소중한 것들’이 차분하게 자리한다.
안순이 씨는 지난 2024년 4월, 박물관에 두루마기 한 벌을 기증했다. 이 두루마기는 2023년 12월 31일 별세한 부친이 생전에 입었던 옷이다. 안 씨에 따르면 옷은 과거 울산군 여천동 1905번지(현재 공장부지로 철거)의 외할머니댁에서 만들어졌으며, 외할머니가 어머니의 혼수로 사위를 위해 직접 지어준 옷이다. 외증조할머니에게서 길쌈 방법을 배워 손수 옷감을 마련하고 바느질해 지어냈다는 설명이다.
“할아버지께서 아버지가 태어나신 기념으로 할머니께 선물하셨죠. 어머니께 물려주셨는데 어머니는 평생 소중하게 아끼셨어요.”(조성철 씨)
# 울주민속박물관, 8월말까지 전시
한 벌의 옷, 한 대의 재봉틀. 오래된 물건은 그 자체로 ‘옛것’이지만, 누군가의 손에서 살아온 시간까지 함께 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된다. 울주민속박물관 기획특별전 ‘귀중(貴重), 귀중(貴中)–나의 소중한 것들을 전합니다’는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울주민속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울주민속박물관의 전신인 울주향토사료관 시절부터 ‘기증’을 통해 수집된 유물 가운데 111건 111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누군가의 집 한켠을 지켜온 생활 도구부터, 지역의 기억을 품은 민속자료까지 사람과 시간을 지나온 ‘소중한 것들’이 차분하게 자리한다.
안순이 씨는 지난 2024년 4월, 박물관에 두루마기 한 벌을 기증했다. 이 두루마기는 2023년 12월 31일 별세한 부친이 생전에 입었던 옷이다. 안 씨에 따르면 옷은 과거 울산군 여천동 1905번지(현재 공장부지로 철거)의 외할머니댁에서 만들어졌으며, 외할머니가 어머니의 혼수로 사위를 위해 직접 지어준 옷이다. 외증조할머니에게서 길쌈 방법을 배워 손수 옷감을 마련하고 바느질해 지어냈다는 설명이다.
조성철 씨도 2025년 9월, 재봉틀(미싱)을 어머니 ‘이선영’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조 씨의 할아버지가 결혼 후 1935년, 아버지의 출생을 기념해 할머니에게 선물한 물건이다.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한 뒤 물려받아 사용해 왔다. 가족의 삶을 꿰어온 바느질 도구가 이제는 ‘개인의 물건’이 아닌 ‘공공의 기억’으로 기능하게 된 셈이다.
전시장에는 이처럼 뚜렷한 사연을 지닌 기증 유물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2013년 울주문화원장과 울주민속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한 고(故) 변양섭 씨가 기증한 토기와 자기도 전시돼 있다. 1980년대 우연한 계기로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전국을 다니며 민속 유물을 수집했고, 평생 박물관 운영을 꿈꿨다. 울주민속박물관 개관과 함께 그 꿈을 이뤘으며, 울산의 민속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해 이후에도 꾸준히 유물을 모으고 관객맞이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울산학춤’ 김성수(백성스님) 씨가 춤출 때 사용한 소장구, 그가 ‘연(鳶) 할아버지’ 김용선 씨에게 선물 받았다는 얼레도 만날 수 있다. 수집가로 알려진 오세필 씨(동광기와 대표)가 제작해 기증한 귀면 기와, 황보봉 씨가 기증한 ‘황보석추존교지’와 이를 담은 교지함, 신형석 전 울산박물관장이 기증한 조부의 탕건과 갓 등도 전시 공간에 놓였다. 유물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았지만, ‘기증’이라는 단 하나의 행위를 통해 같은 자리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 단순 소장품 아닌 추억의 공유 ‘귀중’
유물 수집 방식 가운데 ‘기증’은 구입 등을 통한 수집과 결이 다르다. 물건이 박물관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소장품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관계, 가족의 서사까지 함께 품게 된다. 그래서 전시는 유물의 연대나 형태를 넘어, “이 물건이 왜 귀중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건넨다.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반닫이를 기증한 강갑석 씨는 “울주에 오래 살면서 지역 향토에 기여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순이 씨는 “어머니가 지금 94세인데, 너무 잘했다며 전시에 나오면 같이 보러 가자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조성철 씨 역시 “물건은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우리 집에서는 평생 소중하게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만 차지하게 됐다”라며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소유하면 또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갖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손영우 울주민속박물관장은 “기증은 단순히 유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을 공공에게 이야기해 주는 행위와 같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주신 기증자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전시에 많은 이들의 관람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증 유물은 단지 ‘옛 물건’이 아니다. ‘귀중, 귀중’이라는 이번 전시 제목처럼 누군가의 손에서 오래도록 지켜졌던 마음과 기억이, 이제는 전시장을 통해 귀중하게 건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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